아산시의회, 웃지못할 코메디 연출
아산시의회, 웃지못할 코메디 연출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4.16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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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되지 않은 조례 근거로 50억 예산편성, 심의 가결로 '혼란'
추경예산 심사내역 누락한 채 예결위 진행
예산결산특별위원회, 4차까지 개회

 

아산시의회가 추경예산의 삭감내역을 누락한 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진행하는 것도 모자라, 공포되지도 않은 조례를 바탕으로 예산을 세워 통과시키려다 부랴부랴 예산을 삭감하는 등 웃지 못할 코메디를 연출했다.

 

공포되지 않은 조례 근거로 50억 예산편성, 심의 가결로 '혼란'

16일 열린 제21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상정된 ‘2019년도 제1회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해 전남수 의원은 도시개발국 공공시설과의 청사건립기금 50억원 예산 편성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남수 의원은 노종관 도시개발국장을 발언대에 요청해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이번에 상정된 기금의 상한액 30억원을 삭제한 조례안은 공포되지 않았다. 무엇을 근거로 예산을 50억원으로 편성하고 심의까지 한 것인가? 이는 편성이 잘못 된 것으로, 상임위에서 20억원이 삭감돼야 하지 않는가?”라고 추궁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노종관 도시개발국장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절차의 잘못을 인정했으며, 이에 전남수 의원은 “청사건립기금 50억원에 대한 세출예산을 다시 심의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전남수 의원이 문제제기한 부분은 예산 편성의 근거가 되는 조례안이 공포도 되기 전에 예산이 편성돼 심의되고 상임위에서 가결 돼 본회의에 상정된 부분이다.

이번 임시회에는 매년 30억원 이하로 규정돼 있는 '아산시 청사건립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 대해 최근 5년간 아산시의 순세계 잉여금이 매년 600억내지 900억원에 이르고 조례에 순세계 잉여금의 5%이상을 출연하도록 돼 있어 ‘30억원 이하’라는 기금 조성 상한선을 삭제하는 ‘아산시 청사건립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최재영 의원 발의)’이 상정됐다.

상정된 일부개정조례안은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공포가 된 이후 효력이 발생한다. 즉 예산 편성에 있어 근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산시가 이번에 제출한 추가경정 예산안에는 개정조례안이 공포되기도 전에 50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제출됐으며, 상임위인 건설도시위원회는 근거도 없이 편성된 예산을 통과시켜 본회의에 상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16일에 진행된 2차 본회의는 오전 10시 40분경 정회가 선포되고, 1시간가량 의원들 간 협의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20억원을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4차까지 개회되는 ‘혼란’

이번 임시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4차까지 개회되는 혼란의 중심지가 됐다.

예정된 일정에 따르면 예결위(김미영·김희영·이상덕·안정근·이의상·최재영·장기승·맹의석 의원)는 8일 1차와 12일 2차 회의를 통해 각 상임위별 심사한 추경예산안을 최종 가결했어야 했으나, 복지환경위원회에서 심사한 5건의 삭감내역이 누락된 채 가결하는 실수가 벌어져 15일 수습을 위한 3차 회의가 진행됐다.

이번 심사내역 누락의 건은 의회사무국에서 삭감내역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로 밝혀졌으나, 의원들 또한 삭감내역을 꼼꼼히 살피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논란이 된 청사건립기금 재심의로 4차까지 개회한 예결위는 의원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한때 ‘표결’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표면상으로 서로의 실수라고 여겨질 수 있으나, 실수에 따른 ‘책임’을 두고 여·야의원간 갈등이 표출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예결위에서 빚어진 삭감내역 누락부분에 대해 “의장이 본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지적에 이어, 공포도 되지 않은 조례안을 근거로 편성된 예산을 심의하고 통과 시킨 부분에 대해서도 “해당 상임위 위원장은 물론 의장의 유감표명이나 어떤 책임의 발언이 나와야 하지 않는가?”라는 지적들이 제기되는 반면 한편에서는 “실수로 빚어진 일이고, 당사자들을 불러서 방안을 찾는 방법도 있었는데 꼭 이렇게(공개적으로) 해야 했겠는가?”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웃지 못할 코미디, ‘책임 물어야’

여·야 의원 간의 감정 대립 속에 예결위는 청사건립기금 20억원을 삭감한 예산안을 오후 3시 2차 본회의에 상정했다.

3시간 만에 개회된 2차 본회의에서 김영애 의장은 예결위에서의 삭감내역 누락 부분과 원활하지 못한 예산안 심의 등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남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권을 요청해 “조례 규정에 맞지 않음에도 조례개정안과 예산을 동시에 상정하는 아산시 공직자 무능함이 도래됐다. 오늘 웃지 못할 코미디가 발생했다.”고 비판하며, “집행부뿐만 아니라 의회 사무국의 업무 미숙으로 추경예산 삭감내역 누락 등 예결위가 수차례 다시 열렸다. 누가 책임을 지고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답답하다. 시장께서는 이 모든 것에 대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이번 제21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조례안 및 기타 안건 심의 등 총 28건에 대한 심사처리와 2019년도 제1회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 2019년 아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계획서 승인의 건을 심사 의결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미영)는 요구액 1조 3998억원 중 일반회계 ‘농촌마을 공동급식시설개선’등 15건, 청사건립기금 1건을 추가해 총 16건에 29억 8587여만원을 삭감하고, 특별회계에서는‘무료개방 주차장지원’1건에 5천만원을 삭감했으며, 삭감된 금액은 예비비로 증액하는 것으로 재심사 수정 가결했다.


주요 감액사업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초 요구액 (-삭감액)>

□ 기획행정위원회

▲농촌마을 공동급식 시설개선(농정과) 5천만 원 (-3천만 원)

▲학생승마 체험지원(축수산과) 1억 1천289만 6천 원 (-전액)

 

□ 복지환경위원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분원 운영(여성가족과) 1억 원 (-전액)

▲전통사찰 산사음악회(문화관광과) 5천만 원 (-1천만 원)

▲아산시 연고 프로축구단 향후 운영방안 여론조사비(체육진흥과) 2천만 원 (-전액)

▲아산시 연고 프로축구단 향후 운영방안 시민공청회(체육진흥과) 600만 원 (-전액)

▲전국 트라이애슬론 아산대회 철인3종협회(체육진흥과) 6천만 원 (-2천만 원)

▲민감계층 미세먼지 마스크 지원(기후변화대책과) 1억 5천660만 원 (-4천698만 원)

▲공동주택 재활용촉진 수거용 봉투 구입(자원순환과) 6천만 원 (-1천만 원)

▲청소년문화의집 건립(교육청소년과) 5억7천300만 원 (-1억 원)

▲저잣거리 문화예술공연(문화유산과) 3천만 원 (-전액)

▲고불 맹사성 동상 건립(문화유산과) 7억 원 (-2억 원)

▲고불 맹사성 동상 건립 주변공원 조성(문화유산과) 2억 9천만 원 (-1억 9천500만 원)

▲고불 맹사성 동상 건립 및 주변공원 조성(문화유산과) 1천만 원 (-500만 원)

 

□ 건설도시위원회

▲배방 도시침수대응사업 기본 및 실시 설계용역(하수도과) 10억 원 (-1억 원·일반회계)

▲청사건립기금(공공시설과) 50억 원 (-20억 원)

▲무료개방 주차장 지원 공유주차(교통행정과) 1억 원 (-5천만 원·특별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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