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속 할머니의 1인 시위 사연
엄동설한 속 할머니의 1인 시위 사연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1.15 16: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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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방농협,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
 허 모 할머니(74세, 배방농협 조합원)가  3~4달 전부터 배방농협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41톤의 벼가 사라졌다. 1톤 트럭을 생각하면 41대이며, 80kg 쌀 한가마니로 따졌을 때 500여가마다. 그 많은 벼가 감쪽같이 사라짐에 분노한 한 할머니가 엄동설한 속에 1인 시위에 나섰다.

요즘 웬만한 청장년도 힘들어할 엄동설한에 74세의 할머니가 3~4달 전부터 배방농협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할머니의 피켓에는 ‘2015년 산물벼 수매내역 손실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내용과 ‘2015년 대손충당금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허 모 할머니(74세, 배방농협 조합원)는 2018년 2월에 배방농협이 운용하던 2015년산 산물벼(논에서 벼를 베어 건조 없이 바로 수매장으로 가져와 수매를 하는 것) 41톤의 손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구령2리 마을회관을 찾아온 농협 직원들이 2017년도 운영내역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조 모(57세, 배방농협 조합원)씨가 그동안 농협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얘기가 되고 있는 사라진 산물벼에 대해 물은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답변은 “담당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는 회피성 발언이었다. 이후 허 모 할머니는 배방농협 측의 제대로 된 답변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벼 건조과정에서의 손실분’에 대한 설명 이외에는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에 허 모 할머니는 조합장을 상대로 산물벼 41톤의 손실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이 또한 무혐의 처리가 됐다. 답답함에 허 모 할머니가 택한 것을 1인 시위. 이렇게 10월에 시작된 1인 시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허 모 할머니는 “안일한 대응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4.19때 친구들이 옆에서 죽어가며 지켜온 나라인데…, 경찰조사가 끝나고 검찰에 사건이 넘어가고서 단 2~3일 만에 무혐의로 끝났다. 검찰은 고소인의 의견 청취 조차도 없었다.”며 행동으로 나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현재 배방농협의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아산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장이 다수 언론에서 밝힌 “산물벼 41톤 중 10톤은 자연감모이고, 31톤은 도난이나 절도 등의 혐의를 찾지 못해 영업 손실로 처리했다. 영업 손실은 배방농협 내부사정으로 더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에서, ‘31톤의 영업 손실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2018년 2월 구령2리 마을회관에서 농협 직원이 “담당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으나, 손실부분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 처리했다.”라고 설명한 부분도 논란이 일고 있다.

대손충당금(대출 손실금에 대비한 적립금)이라는 단어를 그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는 허 모 할머니는 “대손충당금이라는 것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가 그날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대손충당금으로 이렇게 손실이 난 부분에 가져다가 써도 되는 것인지, 대손충당금은 얼마나 조성이 돼 있고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조합원도 알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벼라는 눈에 보이는 현물도 이렇게 사라지는 마당에, 잘 모르는 대손충당금 같은 돈 들은 어떻게 쓰이겠는가? 이런 것들이 의문투성이 이다. 투명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 조합장 선거와 아무 관련 없다.

이번 1인 시위와 관련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많다. 3월 13일 치러질 조합장 선거를 앞둔 시기이기 때문이다.

허 모 할머니는 “피켓을 들고 있으면, 비아냥거리며 ‘일당 받고 한다.’고 말한다. 그런 말에 정말 상처를 많이 받는다. 시기가 하필 이렇지만, 2018년도 2월에 이 사실을 알았고 그동안 이에 대해 알아보고, 물어보고, 고소하고, 나름 노력했다. 그래도 안돼서 올해가 가기 전에 행동으로 나서야 겠다 싶어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매일은 못 하지만, 시간이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침 10시쯤 배방농협에 가서 1인 시위를 시작하는 허 모 할머니. 74세의 나이에 다리 또한 불편한 상황이다.

허 모 할머니는 “피켓을 들고 서있기를 1시간 정도 되면 다리가 저려오고 아프다. 그런 일을 누가 시킨다고 하겠는가? 또한 내가 생활함에 있어서도 충분한 형편이다. 그런데 ‘일당 받고 한다.’고 말하는 것은 내 순수한 의도를 왜곡시키는 것이고 음해하는 것이다.”라며 마음 아픈 이야기를 꺼냈다.

이러한 조합장 선거와 연관 짓는 불편한 시선들 때문이라도 허 모 할머니는 “조합장이 바뀌더라도 이 문제는 꼭 투명하게 밝혀달라고 할 것이고, 밝혀질 때까지 내 목숨이 있는 한 계속 1인 시위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배방농협,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

이와 관련해 2018년 1/4분기 배방농협 사업보고서에는 ‘2015년산 벼 감량 처리 내역을 사업보고서를 공개해 달라'는 질의에 ‘2015년산 원료곡 시장가격 하락(41,000~42,000원/40kg)에 따라 우선지급금 기준 이상으로 시장판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벼 값 하락을 막고자 과거에 없던 시장격리곡을 실시함 에 따라 우리농협도 시장격리곡 참가해 1,164톤을 (49,500원/40kg)입찰을 보아 낙찰 받았다.’고 답변돼 있다.

이어 감모부분에 대해 ▲보관과정에서 시장격리곡 인수도 예정 시점인 2016. 5월에서 실인수도 9월 연기로 장기 보관에 따른 자연감모(호흡및통풍), ▲수매시 집진시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불순물이 혼입돼 재고물량에 가산됨에 따라 추가정선 과정에서 중량감소 발생, ▲작업 후 검사위한 창고별 이송 중 감모라고 밝혀져 있다.

또한 이건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고 이후 감사결과는 2016년 9월 8일 제9차 이사회 및 2016년, 2018년정기총회 등을 통해 보고했다고 명시 돼 있다.

이밖에도 정부의 인수도 조건을 비롯해 낙찰 후 진행 과정 등에 대해서도 명시 돼 있으며, 한국식품연구원(2000년)감모량 연구결과표가 첨부돼 있다. 이 연구결과표에는 ▲정선 공정에서는 이물질의 정선불량에 따른 실중량 감모 (0.83~3.62%), ▲건조 공정에서는 과건 및 이물질 배출에 의한 실중량 감모 (1,13%), ▲저장 공정에서는 호흡에 의한 건물중량손실, 통풍에 의한 중량감모(6개월) (0.89~2.17%)등 실중량 감모와 중량 감모요인 및 예측방법이 제시 돼 있다.

배방농협의 경우 이 세 가지의 공정을 대입하면 산물벼 1300톤의 경우 감모량 최소치가 37.05톤(1300톤의 2.85%) 최고치가 89.96톤(1300톤의 6.92%) 으로 예측된다. 이 수치로 따지면 사라진 벼 41톤, 또는 경찰에서 밝힌 것을 토대로 10톤 자연감모 외에 31톤 또한 감모량 범위에 들어간다.

이와 관련해 배방농협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으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으며, 재차 2018년 1/4분기 배방농협 사업보고서에 답변한 내용을 토대로 감모량 산출 방식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이해하시는 분이 그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며, 그 답변에도 나와 있듯 감사를 실시했고 이사회에도 보고된 내용이다.”라며 이번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하기보다는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해 의문점만 커지는 상황이다.

배방농협 사업보고서
배방농협 사업보고서
15년 벼 감량 처리 내역한 질의 답변
15년 벼 감량 처리 내역에 대한 질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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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2019-01-24 14:57:41
경찰에서 재수사 해야 합니다